낚싯대가 부러질 듯 휘어지고 릴에서 "지이익" 하는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은 모든 낚시꾼의 로망이지만, 동시에 가장 큰 비극이 시작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초보 조사님들이 가장 많이 겪는 안타까운 상황은 대물을 걸었다가 챔질 하는 순간, 혹은 발앞까지 끌고 와서 마지막 힘을 쓰는 고기 때문에 낚시줄이 맥없이 터져버리는 경우입니다. 대부분 이를 두고 "고기가 너무 커서 줄이 못 버텼다"라고 합리화하거나 운이 없었다고 생각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이는 장비 탓이 아니라 릴의 핵심 기능인 '드랙(Drag)'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 낚시꾼의 명백한 실수입니다.
드랙은 자동차의 브레이크이자 서스펜션과 같은 역할을 하는데, 물고기가 당기는 힘이 낚싯줄의 인장강도를 넘어서려고 할 때 스풀이 역회전하며 줄을 풀어주어 끊어짐을 방지하는 장치입니다. 많은 초보자들이 고기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드랙을 꽉 잠가두곤 하는데, 이는 오히려 갑작스러운 힘을 받았을 때 충격을 흡수할 곳이 없어 줄이 터지거나 낚싯대가 부러지는 지름길이 됩니다. 반대로 너무 풀어두면 챔질을 해도 바늘이 입에 제대로 박히지 않게 되므로, 손으로 줄을 당겼을 때 '빡빡하지만 힘을 주면 풀려나가는 정도'로 세팅해 두는 것이 대물을 만날 준비의 기본입니다.
고기를 걸어 올리는 '랜딩' 과정에서도 무조건 릴 핸들만 돌리는 것은 금물입니다. 드랙이 풀리며 고기가 차고 나갈 때는 릴링을 멈추고 낚싯대의 탄력으로 버텨야 하며, 고기의 힘이 빠져 딸려올 때 낚싯대를 들어 올렸다가 내리면서 줄을 감는 '펌핑' 동작을 반복해야 합니다. 팽팽하게 맞서기만 하면 줄은 끊어지지만, 밀고 당기는 유연함이 있으면 얇은 줄로도 미터급 대물을 제압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다음 출조 때는 릴의 드랙 조절 나사를 유심히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그 작은 조절 하나가 '놓친 고기' 무용담을 '인생 고기' 인증샷으로 바꿔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