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포인트, 싱싱한 미끼, 비싼 장비를 다 갖췄는데도 이상하게 입질 한번 없는 날이 있습니다. 이때 초보자들은 "고기가 없나 보다" 하고 포기하거나 자리를 옮기지만, 고수들은 조용히 찌 위의 '면사매듭'을 조절합니다. 낚시, 특히 찌낚시의 핵심은 내가 공략하고자 하는 대상어가 유영하는 층, 즉 '수심'을 정확히 파악하여 그곳으로 미끼를 배달하는 것에 있습니다. 감성돔이나 우럭, 광어 등 우리가 선호하는 대부분의 고급 어종은 바닥권이나 바닥 근처의 암초 지대에서 생활하는데, 만약 물 깊이가 7미터인 곳에서 찌 매듭을 3미터에 맞춰놓고 낚시를 한다면 당신의 미끼는 고기들 머리 훨씬 위인 허공에서 둥둥 떠다니는 꼴이 됩니다. 물고기가 하늘을 보며 먹이를 기다리지 않는 이상 그 미끼는 영원히 선택받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낚시를 시작하기 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공들여야 할 작업은 바로 바닥을 찍어보는 '수심 측정'입니다. 바늘에 지우개나 무거운 봉돌을 달아 던져서 찌가 수면에 일치되거나 살짝 잠기는 지점을 찾아내야 비로소 그 포인트의 정확한 깊이를 알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이 귀찮아서 대충 눈대중으로 수심을 맞추는 순간, 그날의 낚시는 실력이 아닌 순전히 운에 맡기는 도박이 되어버립니다. 내가 노리는 고기가 바닥에 있다면, 내 미끼도 바닥에서 30cm~50cm 정도 살짝 떠서 유혹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수심을 세팅하는 것이 낚시 기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바다의 깊이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조수간만의 차로 인해 물은 계속 들어오거나 빠져나가 수심이 수시로 변하며, 조류에 따라 채비가 흘러가면 바닥 지형의 높낮이도 계속 달라집니다. 처음에 바닥을 잘 찍었더라도 시간이 지나 들물이 진행되어 물이 깊어지면 미끼는 다시 허공으로 떠오르게 됩니다. 때문에 낚시 중간중간 수심을 다시 체크하고 찌 매듭을 위아래로 조절하며 미끼를 항상 고기의 시야 안에 유지시키려는 부지런함이 있어야 남들보다 월등한 조과를 올릴 수 있습니다. 입질이 없다면 미끼 탓을 하기 전에, 지금 내 미끼가 고기가 있는 층에 제대로 들어가 있는지부터 의심해 보십시오.